[소수의 법칙(부제,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 기획자 서문

카테고리 없음 2013. 4. 5. 15:43

전 직장부터 따지면 500권 넘는 경제경영서의 기획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듯한데, 기획자로서 서문을 쓰기는 처음이었다. 월가에서 왔다는 두 저자(임성준, 조셉 H. 리)를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최윤식 소장으로부터 소개받고나서 책에 대해 토론하고, 초고를 탈고하기까지 7개월 걸렸고, 그렇게 탈고한 초고의 뒷부분 반을 완전히 새로 쓰는데 다시 4개월 가까이 걸렸다. 그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원고 교정을 마친 다음에 문득 내가 서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저자의 공간이라서 조심스럽게 저자에게 의견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전에 직원의 주례사 부탁을 얼떨결에 수락하고 결혼식 전 1주일 내내 '아 내가 주례를 할 연륜은 못되는구나" 절감하며 고문에 시달린 이후로 두번째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빨리 쓰는 편인데 4페이지 쓰는데 1주일 걸렸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썼으니 난생 처음 시도하는 기획자의 서문이 독자들에게 어떤 평을 받을지 궁금할 뿐이다.

 

저자 블로그 안내

금융에 대해 대중적인 경제학 책을 쓰느라 이 책에서 못한 투자 방법론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서 저자들이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http://blog.naver.com/hyena_irony

 

 

<소수의 법칙> 기획자의 글

 

* 소수의 법칙은 4월 셋째주에 발간할 예정입니다.

 

큰 금융위기를 겪을 때마다 우리의 삶은 흔들린다. 그럴수록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미래의 변동을 알 수 있다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어쩌면 뜻밖의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허황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 논증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했다고 해서 일약 전 세계의 스타로 떠오른 루비니 교수의 예측에 관해 저자들이 전해주는 진실은 충격적이다.

 

루비니 교수는 200532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미국의 경제위기에 관한 한편의 칼럼을 기고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같은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다른 나라 국채를 사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과 위험한 파생금융상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2005년의 루비니 예언이 적중했다는 주장은 미디어의 상업주의에서 나온 침소봉대일 뿐, 예측의 실제 효과 면에서만 보면 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라는 무당의 말이 적중하는 것과 확률적으로 별로 다를 게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예언을 적중시킨 스타가 달라지며, 그것도 항상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처럼 두 저자는 금융에 대해 속 시원히 알고 싶어 하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인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해나간다. 대신 금융시장이 얼마나 잔인하고 그 속에서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저자들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를 거쳐 한국의 모 금융회사에 최연소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어 왔다는 두 저자를 소개받고 처음 만나기 전의 생각은 기대 반 걱정 반이란 표현에서 하나도 덜거나 뺄 것이 없었다. 중국인이거나 천재(Chinese or Genius)가 아니면 아시아인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월가에서 일했다니 얼마나 똑똑할까? 그렇게 똑똑한데다 살벌한 월가에서 세상을 배웠을 테니 또 얼마나 차가울까?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5%의 승자와 95%의 패자로 나뉜다. 5% 중에서도 특별한 상위 1%에 속하는 월가에서 오래 일했던 저자들이 95%의 편에 선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예금 이자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0.1%라도 더 받으려고 불안한 저축은행까지 기웃거리며 노심초사하고, 큰맘 먹고 든 펀드의 형편없는 수익률에 낙담하는 보통사람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금융에 관한 최고 수준의 경험과 전문성을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풀어내볼 수 없을까? 여기에 개인적 궁금증을 얹었다. 재테크 책이 그렇게 많고, 투자 비법을 소개하는 책도 그렇게 많은데, 어째서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돈 때문에 힘들어 할까? 그리고 여러 번의 경제 위기를 거치며 뼈저린 교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막상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면 그 교훈을 써먹지 못하고 여전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또 다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할까?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두 저자와 함께 한 달 동안 책의 콘셉트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재테크는 미친 짓이다가 출발점이었다. 돈이 넘쳐나고, 부동산은 무조건 오르고, 경제는 한없이 성장할 것 같아 보이던 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에 수입된 이 국적불명의 단어는 수명을 다했고, 이제는 해악을 끼칠 뿐이라는 데 우리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토론은 이어졌다. “거북이가 잠자지 않는 토끼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는가?” 우리는 설령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금융시장의 변동에 의해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니 정보, 지식, 금융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보통 사람들이 금융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 적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일은 너무나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저자들로부터 최종원고를 넘겨받았다. 글을 오래 만지다 보면, 글에서 글쓴이의 지식은 물론이고 자세와 숨결도 약간은 읽을 수 있게 된다. 원고를 읽어 내려갈수록 저자들은 95%를 가르치려 드는 5%가 아니라 이미 95%의 대열에 속한 우리의 동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한마디로 개인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 금융시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월가에서 경험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준다. 아울러 4년여 동안 한국에서 기업의 금융 리스크 대책에 관해 컨설팅하고 직접 개인 투자를 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 국내외의 대중적인 경제학 책과 재테크 책을 거의 다 읽고 분석해서 개인들의 고민과 오류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래서 경제학 책이지만 경제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때론 플라톤을 얘기하고 재즈와 클래식 음악의 차이를 얘기하며, 필요한 대목에서는 저자 자신의 부끄러운 실패담을 들려준다. 우리의 상식적인 감각, 평소에 하던 비즈니스 감각으로 금융시장을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거인을 상대해서 개인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대목에서는 날카로운 전문성을 견지한다.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움직이는 소수의 승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이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월가에서 2008년 경제위기를 직접 경험하면서 금융시장의 거인들이 언제 어떻게 약점을 드러내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에, 개인들이 그 약점을 파고들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력 넘치는 조언을 준다.

 

월가에서 온 저자들로부터 무언가 짜릿한 한방을 기대하는 분들은 이 책의 독자가 아니다.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이 바로 그런 한방의 꿈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납득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금융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합리적 방법을 찾는 좋은 출발점이 될 책을 만들고 싶었다. 책을 완성해가면서 애초의 기대 반 걱정 반은 새로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바뀌었다. 원고의 수준과 저자들의 진정성의 두 측면에서 걱정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독자의 평가가 어떨지에 관해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이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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