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쓰나미

출판 이야기 2011. 7. 6. 13:52
출간을 앞둔 책의 원고를 들여다보는 마지막 며칠은
그야말로 일의 쓰나미로, 편집자는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의 구분이 없어집니다.
주중에는 저녁으로 컵라면을 씹어가며 야근을 해대고,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나와 퉁퉁 부은 얼굴로 원고를 봅니다.

인쇄감리를 다녀오고, 보도자료를 마케팅/영업팀에 넘기고 나면
그제서야 할랑, 내가 숨을 쉬고는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제 앞에는 온통 '출간을 앞둔' 원고들이 쌓여 있고,
진행 중인 기획건,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처럼 머릿속에서만 둥둥 떠다니는 기획들도 있습니다.

악! 너무너무너무 바빠!

그래도 확실히 막 출간을 마치고 난 다음이 편집자에겐 가장 달콤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순간이기는 하죠.
이때는 이메일 확인도 눈누,
저자에게 원고 독촉 전화를 때리면서도 난나,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미루어 두었던 디자이너나 저자들과 여유롭게 점심을 먹기도 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눈요기만 하던 바쁜 날들을 비웃 듯
광화문에 가 책탐을 냅니다. 
기다리던 소설가의 신간을 바구니에 담기도 하고, 예쁜 책을 들고 서점 안 빈 의자에 앉아 한 권을 다 끝장내기도 하고, 이제는 본인의 논문 제목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제에=_=; 전공 관련 책도 한 권 슬쩍 챙깁니다.(나는 공부하는 여자라며~)

편집자는 책을 주로 서점에 나가서 직접 구매합니다.
인터넷이 할인이 된다고는 하나, 왠지 재미가 없거든요. 인터넷 구매는.
서점을 찾을 때부터 이미 책에 대한 여정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는가 봅니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만드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라는 하품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서점을 찾을 때면, 
문을 열고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누워있는 그곳에 갈 때면,
애인을 만나러 나가는 길마냥 즐겁고, 아랫배가 싸르르한 것이, 햄볶습니다.

애정하는 소설가나 시인의 신보는 개의치 않고 집어듭니다.
그리고 우리 출판사 책들이 매대에 잘 누워계신가,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습니다.
어쩌다, 다른 이가 우리 출판사의 책을 집어 들고 읽고 있을라 치면,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으로다가,
'정말 괜찮은 책이에요. 제잘 사세요, 네~?'라고 하고 싶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출간 후 편집자의 여유로움은 여기까지 입니다.
서점에 외근나갔다 돌아왔으면 결과물을 내놓아야겠지요?
서점에 나간 목적은 편집자의 리프레시나 농땡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ㅠ_ㅜ

다음에 낼 책의 기획을 위해 다른 책들을 조사 및 분석, 참고를 하기 위해 간 것입니다.
그렇게, 사무실에 복귀해서는 조용히. 기획안을 뽑아냅니다.
그렇게, 뽑아낸 기획안을 들고 회의를 하면 조용히. 깨집니다.
그렇게, 깨지고 나서 다시 조용히. 기획안을 수정합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다음 저자가 되어주실 양반들을 만나고, 계약도 하고, 원고를 받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의 쓰나미로 묵묵히 걸어들어갑니다.
나는 편집자입니다.
=_=

요지는,
편집자는 늘 일의 쓰나미 속에 산다는 겁니다.
네,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겁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